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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_김이설

lilyleee 2020. 12. 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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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에 읽어버린 책

술술 잘 읽히는, 정말 소설같은 내용.

소설 같은 내용이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꿈을 가진 어떤 가난한 사람의 이야기.

어쩌면 나의 이야기일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내용이 좋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답답한 내용들이 책 전반에 걸쳐 있었지만

작가 지망생인 본인의 감정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그 점이 좋았고, 문장들 속에서 너무 깊이 이해되고 공감이 되기도 했다.

꿈은 있는데 그 꿈을 너무 늦게 찾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은 했는데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해야만 했던 상황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다시 꿈을 찾기위한 과정들..

나는 책의 이런 내용들에 참 공감이 갔다.

책 속 주인공은 시를 쓰는 작가가 되고싶어하는데

그래서인지 책 속 문장 하나하나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자신의 선택에 나름의 소신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한 상황속에서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만한 그런 뒤죽박죽한 감정들을 1인칭으로 자세히 늘어놓는데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42p

무엇보다도 흰 종이 앞에 앉아야 했다.

쓸 수 있든 아니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단 1초만이라도 흰 종이 앞에 앉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대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내 안의 언어를 꺼내지 못한 실패자가 된 나는 필사노트를 펼쳐 시집의 한 페이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천천히 베껴 써 내려갔다.

57p

나는 왜 하고싶은 게 없는 아이였을까. 넉넉하지 않은 집의 장녀로 자랐으면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욕망을 품었음 직도 한데, 그도 아니면 답답한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법도 한데, 나는 그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었다.

61p

어느 순간, 어쩐지 나는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삶이라고 규정지은 것들, 학교와 직장과 적당한 수입, 가족을 일궈 안정적인 일상을 꾸리고 노후를 준비하며 일생을 보내는 일련의 과정들, 그 과정을 영위하기 위한 현실적인 실천 의지 같은 것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못 찾은 것도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걸 모른 척 무시하고 안 보이는 척 외면해왔던 것이다.

108p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때려치워도 나갈 곳이 없었다. 어떻게든 돈을 벌고 있는 동생이 부러웠다. 벌이가 있으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엄마와 아버지가 부러웠다. 부러울수록 스스로가 추레해졌다. 부럽다는 감정조차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나는 내 감정을 자꾸 외면했다.

170p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은 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린 적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잠시만이라도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

171p

필사노트는 계속 늘어났다. 혼자 지내게 되었다고 곧바로 시가 써질 리 없었다. 그러나 나는 혼자 있는 동안 온전히 나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밤새 언어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므로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시집을 읽거나, 몽상을 하거나, 끊임없이 단어를 열거하거나, 심지어 잠을 자는 것마저도 최선을 다했다.


요즘 딱 와닿는 책이 딱히 없었는데

인스타그램이나, 책 추천 글들같은데에서도 이 책이 많이 눈에 띄길래 한 번 읽어봤는데

자기 전에 책을 편 순간 79페이지까지 쉴틈없이 지나갔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읽기시작해서 금새 끝까지 읽어버렸다.

마음속에 꿈을 간직한 채로 아주 느리게 느리게 다가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쩐지 내 모습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한 현실속에서 답답하게 살아가고있는 주인공과 인물들을 보면서 답답하고 화가나기도 했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잊지 않기 위해서, 본인만의 어떤 것에 꾸준하게 매진하는 책 속 주인공이 나에게 은근한 힘이 되어준 것 같다.

나도 계속 해 나가야겠다. 지금은 작아보일지 몰라도 그 어떤 것이 될 나의 무언가를.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의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필사의 밤은.. 주인공이 매일 밤 필사를 하려고 (사실을 글을 쓰려고) 겨우겨우 시간이 남는 밤마다 노력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말하는 것 같고, 그 장면은 마치 꿈을 향해서 해 나가야 할 일생의 단편? 이랄까.. 꼭 있어야하는 시간을 말 하는 것.. 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리고 정류장은.. 사실 딱히 책속에 정류장에대한 내용은 안나오는데

아마 책 속 내용에서 주인공이 빠져있는.. 늪 같은 현실이 있는데 아마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평생 영원히 빠져서 허우적대야만 하는 그런 늪이 아니고

목적지를 향해서 잠시 거쳐지나가야 하는 그런 정류장..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우리의 정류장이라 함은.. 독자들을 말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늪쳐럼 빠져있는, 앞이 안보이는 인생의 어떤 구간이 있을거다. 분명히. 그럴 때 그걸 정류장이라고 생각해보면, 갑자기 긍정적인 느낌으로 와닿는다.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멈춰있는 구간.. 이런 의미에서 정류장이라는 단어를 택한 게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고나서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 또한 독서의 너무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다.

결론은.. 전자책 만세...!!! 너무좋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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